제주 전통 보양음식 닭제골, 알고 계셨나요? 음력 유월 스무날 먹던 제주만의 특별한 보양식
무더운 여름이면 삼계탕이나 백숙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제주에는 복날과는 다른 특별한 보양 문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제주에서는 음력 6월 20일을 '닭 잡아 먹는 날'로 여겼으며, 이날에는 닭죽과 함께 제주 전통 보양음식인 '닭제골'을 만들어 가족의 건강을 기원했습니다.
오늘은 이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제주 향토음식 닭제골의 유래와 조리법, 그리고 전해 내려오는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제주 전통 보양식 '닭제골'이란?
닭제골은 단순한 닭요리가 아닙니다.
예전 제주에서는 몸이 허약하거나 병을 앓은 사람들의 기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만들어 먹던 약선 음식에 가까운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닭제골은 일반 백숙과 달리 중탕 방식으로 오랜 시간 익혀 닭에서 나오는 진액을 그대로 모아 먹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닭제골 만드는 전통 방식
제주의 전통 방식은 매우 정성이 많이 들어갑니다.
닭제골 조리법
손질한 닭에 참기름을 고루 바른다.
닭 속에 마늘을 듬뿍 채운다.
닭을 꼬챙이에 꽂는다.
무쇠솥 안에 뚝배기를 놓는다.
뚝배기 위에 닭을 올려 장시간 중탕한다.
익는 동안 닭에서 떨어지는 진액이 뚝배기에 모인다.
이 진액을 약처럼 조금씩 나누어 먹는다.
오랜 시간 천천히 중탕하면서 나오는 농축된 육즙은 예전 제주 사람들에게 귀한 보양식으로 여겨졌습니다.
"음식이라기보다 약이었다"
고(故) 양용진 제주요리연구가는 생전 JIBS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옛날에 할머니들이 몸이 약한 손주들을 위해 약으로 해 먹였다."
또한
"음식이라기보다는 약에 가깝다. 이제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라고 말하며 닭제골이 단순한 향토음식이 아니라 제주의 생활문화였음을 전했습니다.
몸 상태에 따라 닭도 달랐다
흥미로운 점은 먹이는 닭도 사람의 몸 상태에 따라 달랐다는 것입니다.
① 약닭
몸이 허약하거나 큰 병을 앓은 사람에게는 약닭을 먹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귀하게 여긴 것은 바로 오계(烏鷄)였습니다.
오계는 예로부터 보양 효과가 뛰어난 닭으로 알려져 귀한 손님이나 환자를 위해 사용됐습니다.
② 여성 건강에는 황계
부인병이 있는 여성에게는
황계(黃鷄)
마늘
쌀
백토란
등을 함께 넣고 오래 고아 먹였습니다.
이러한 조리법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운을 북돋우기 위한 제주만의 지혜였습니다.
③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닭제골
아이들에게는 회충 예방을 위해
앵두나무
쌀
황톳물
등을 넣어 닭을 푹 고아 먹였다고 전해집니다.
오늘날 의학적 근거와는 별개로 당시에는 자연 재료를 활용한 민간요법의 하나로 널리 활용되었습니다.
여성은 수탉, 남성은 암탉?
제주에는 흥미로운 속설도 전해집니다.
여성은 수탉을 먹어야 좋다.
남성은 암탉을 먹어야 기운이 난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내용은 아니지만, 당시 사람들은 음식과 체질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러한 믿음을 이어왔습니다.
제주에서만 이어져 온 특별한 복날 문화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서는 초복·중복·말복을 중심으로 보양식을 먹지만,
제주에서는 음력 6월 20일을 특별한 보양의 날로 여기며 가족들이 함께 닭제골과 닭죽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이 풍습은 더위를 이겨내고 건강을 기원하는 제주만의 생활문화이자 공동체 문화였습니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제주 향토음식
아쉽게도 닭제골은 조리 과정이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필요해 현재는 가정에서도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음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주의 전통 음식문화와 약선 요리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귀중한 향토음식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지역의 음식문화와 함께 보존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마무리
닭제골은 단순한 보양식이 아니라 제주 사람들의 삶과 건강을 담아낸 전통 음식입니다.
정성을 들여 중탕한 닭의 진액을 가족과 함께 나누어 먹으며 건강을 기원했던 풍습은 오늘날에도 제주 고유의 음식문화로 큰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제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유명한 흑돼지나 갈치뿐 아니라, 제주의 역사와 전통이 담긴 닭제골 같은 향토음식 이야기도 함께 알아보면 더욱 뜻깊은 여행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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